(팝콘뉴스=김재용 기자 ) 지난 21일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가 랜섬웨어 해킹을 당해서 학교 운영이 먹통이 됐다가 5일 후 어느 정도 복구했다. 학기 성적 공시와 입학 전형 입시 등 중요 일정이 몰려 있는 시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짓인지 학교 측에서는 아직 어떠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진 않았다. 이에 따라 학교와 학생들은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대학교 홈페이지가 랜섬웨어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랜섬웨어 해킹이 기존에는 국가기간망이나 영리 기업 쪽에 집중됐었기 때문이다. 국가기간망이나 기업이 해킹에 대비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서 뚫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다소 방심하고 있던 대학교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이번 동국대 공격은 랜섬웨어 해킹에는 누구도 안심하지 못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전주를 보여준 셈이다. 

고도·지능화되고 있는 랜섬웨어

랜섬웨어란 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ware)의 합성어로 컴퓨터 시스템의 문서를 사용자가 이용하지 못하게 암호화해 먹통을 만든 후 이를 인질로 삼아 돈을 요구하는 악성 해킹프로그램의 일종을 말한다. 돈을 주면 암호화를 풀어주는 것이다. 최근의 랜섬웨어는 다양한 해킹 공격 기술과 결합하면서 점점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랜섬웨어 특징 중 하나는 '확산력'과 '속도'이다. 하나의 랜섬웨어 악성코드가 등장하면 곧바로 변종 랜섬웨어가 등장해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로 확산하는 특성을 보여 그 피해 규모가 크고, 그만큼 복구도 어려워졌다. 

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본 대표적인 랜섬웨어로는 '워너크라이(WannaCry)'가 있다. 워너크라이는 2017년 5월에 등장해서 150여 국 20만 대 이상의 컴퓨터를 감염시켰다. 워너크라이는 패치되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취약점을 통해 확산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패치의 안전성을 믿고 있던 전 세계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의 연결성과 세계 경제의 인터넷 의존성이 랜섬웨어라는 악성코드에 의해 얼마나 큰 피해를 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피해 규모는 막심했는데, 영국에서는 국가의료보건 서비스에 연결된 병원들의 예약 2만여 건이 갑자기 모두 취소되면서 9200만 파운드(약 1400억)의 손실을 보는 등 전 세계적으로 최대 40억 달러(약 5조 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법무부 및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보안국(CISA)은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을 지목하기도 했다. 

'인터넷나야나' 사건으로 국내에도 큰 충격

국내 기업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터넷나야나' 사건을 들 수 있다. 웹 호스팅 업체인 인터넷나야나는 에레보스(Erebus)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153대의 서버와 최대 5500개의 고객 홈페이지 사이트가 변조됐다. 인터넷나야나 서버를 이용하고 있던 고객들은 집이나 빌딩 사무실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해킹조직은 처음에 50억 원을 요구했지만 결국 13억으로 협상했고, 인터넷나야나는 데이터 복구를 위해 결국 약 13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해킹조직에 주었다. 하지만 그 이후 인터넷나야나는 고객들에게 더 막대한 피해 보상을 해야 했다. 인터넷나야나 사건은 우리 사회에 랜섬웨어가 사회와 경제에 어떠한 피해를 주는지 그 폭발력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첫 계기가 된 사건이다. 

2020년에는 랜섬웨어 공격이 더욱 과감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전환이 한창이던 봄에 국내 대기업과 금융기업 여러 곳이 랜섬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8월에는 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한국거래소 등이 랜섬디도스 공격을 받았으며 10월에는 자신을 '팬시베어'라고 밝힌 해킹조직이 CJ그룹과 한화그룹에 랜섬디도스 공격을 했다. 이어 우리은행, 기업은행,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등이 연속적으로 공격받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2021 랜섬웨어 최신 동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랜섬 피해 접수가 2018년에 22회, 2019년 39회, 2020년 127회, 2021년 149회로 급증했다. 또한 2018년~2021년간 랜섬웨어 피해접수 총 337건 중 약 90%인 306건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랜섬웨어 해커 방식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랜섬웨어 해커의 공격 방식은 주로 피싱 이메일 열람, 악성코드가 숨겨진 홈페이지 접속, 시스템 취약점을 이용한 직접 해킹 등이다. 공격 대상은 PC에 저장된 개인 데이터에서부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영업기밀, 특허 자료 등까지 다양하다. 국가적으로 우려할만한 것은 국가기반시설들이 운영하는 제어시스템까지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공격 경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IT 장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대규모 공급망인 클라우드 시스템 업체들을 공격해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는 대량의 이용자들을 한꺼번에 공격함으로써 공격 효과를 증가시키고 있어 랜섬웨어의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랜섬웨어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데에는 해킹 기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초기에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들을 무작위로 암호화했다가 최근에는 공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파일을 검색해서 문서파일 등의 중요 파일을 찾아 선별적으로 암호화한다. 파일의 중요도에 따라 암호화하는 알고리즘을 달리해서 암호 해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랜섬웨어 해커는 공격 대상을 사전에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책은 피해를 수습하기 위한 단기 대책 위주라는 지적이다. 사이버 위협은 지속해서 고도화, 지능화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IT 산업의 발달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국가 안보 위협이 된 랜섬웨어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정책의 틀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 또한 가상화폐 시장이 불법 거래의 온상이 되는 만큼 통제를 강화하고 국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